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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교

필리핀 양한갑선교사님 선교통신 79,80호

유대식2013.11.17 08:38조회 수 413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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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 선교통신 79호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미얀마 선교를 위한 NGO 등록을 위한 서류 접수
참으로 긴 기다림이었습니다.

미얀마로부터 매번 도착된 메일의 내용은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다시 서류를 수정했고,

그들이 원하는 서류들을 다 첨부해서 올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접수가 될 것입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접수는 거부되었습니다.

서류를 접수받는 관계 공무원들이 대부분 불교 신자들인데,

아무래도 승려들이 뒤에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는 정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민킨 형제를 통해서는 상부로부터 크리스천들을 돕지 말라는 공문이 메얀청 공무원들에게 하달됐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미얀마를 방문할 때마다 대책 회의를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절대로 화를 내거나 항의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도하면서 무조건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10월 중순에 도착한 메일에는 이제는 더 이상 꼬투리 잡을 일 없을 만큼 완벽한 서류가 준비되었기 때문에

목요일(10월 10일)에는 접수가 완료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목요일에 다시 거부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금식기도를 시작했는데, 끝나는 그 다음 날 (10월 29일) 아침, 아담목사로부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어제(10월 28일) 오후 4시에 드디어 NGO서류가 접수되었습니다.”라는 메일이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미얀마에서 NGO 등록 접수는 이미 “허락”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메얀청 선교 센타 건축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언급이 함께 도착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 긴 일정을 붙잡고 계셨던 분도 하나님이셨습니다.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저희들은 더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미얀마 목회자들이 배웠고,

그 기간 동안 수 십 명의 후보자들 가운데서 메얀청 선교를 위한 전담 목회자 Kap Lain Thang를 찾았습니다.

하나님의 일정은 완벽하셨습니다.

이번에 미얀마를 방문하게 되면 그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메얀청 선교 센타 건축의 첫 돌을 놓는 일에 그가 함께 동참할 수 있어서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나보타스 화재민 돕기 프로젝트
나보타스 화재민 돕기 프로젝트 역시 하나님께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갖게 하고 계십니다.

나보타스 화재민 돕기 특별 후원 헌금이 현재 약 600만원이 도착되어 있습니다.

당장 그 큰 후원금을 들고 그들에게 뛰어가고 싶지만, 입을 다문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긴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한 사람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화재민들은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다림 속에서 한 가지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화재가 났던 곳은 제3호 공동묘지입니다.

다시 한번 설명을 드리면, 제1호 공동묘지는 부자들이 묻히는 곳이고,

제2호 공동묘지는 일반 서민들 용으로 현재 나보타스교회가 있는 곳입니다.

화재가 났던 곳은 제3호 공동묘지로 나보타스교회로부터는 약 500m 떨어진 곳입니다.

제2호 공동묘지에는 약 1,000명 이상이 살고 있고,

제3호 공동묘지에는 약 300명 정도 살고 있는데 교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화재민 각 가정에 얼마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보다,

크지는 않지만 3층 철근 골조 건물로 건축을 해서 1층과 3층은 화재민들에게 주고,

2층은 선교센타로 사용하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1층과 3층은 뼈대만 세워주고 벽과 내부 시설은 나보타스 성도들이 알아서 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그것은 성도들이 알아서 그들의 집을 지어가도록 할 예정입니다.

2층은 예배 공간이 나오도록 공사할 계획입니다.

이 꿈은 오직 나보타스교회 도동(Dodong)목사에게만 말해두었습니다.

현재 도동목사가 비밀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최종 재입주가 허락되면, 총알처럼 들어가 굵은 뼈대를 세우는 일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저희가 세우는 건물 역시 불법 건축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후에 다시 화재가 나도 콘크리트 뼈대이기 때문에 복귀가 쉽고,

10년 후에, 20년 후에 쫓겨난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그곳에서 10년 혹은 20년 동안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선교 센타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미션입니다.

그래서 나보타스 제3호 공동묘지에 선교센타가 건립되도록 기도해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선교센타가 건립되면 그곳에서 많은 미션이 전개될 것입니다.

나보타스 화재민 성도들을 위해서 후원 선교비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과 교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조만간에 기쁨의 소식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메얀청 선교센타 건축과 나보타스 선교센타 건축 프로젝트를 위해서 기도를 부탁니다.

양한갑선교사 드림



ALM 선교통신 80호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한 아버지의 이야기

11월 2일 토요일 오전. 딸라교회에서 신학생들과 주일학교 교사들을 놓고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12까지 진행되는 정규 훈련 코스인데, 그날도 18명의 학생들이 강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토요 강의는 지하실에 있는 강의실에서 갖기 때문에 교회 현관을 잠그고 모든 학생들이 지하실에 있었습니다. 10시 20분. 10분 간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교회 예배당으로 올라갔던 한 교사가 소리를 쳤습니다. 강단에 올려놓았던 악기들이 없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둑이 들어왔던 것입니다. 강의 전에 교회 현관문을 분명히 잠갔는데 그것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강의는 중단되었고, 신학생들과 교사들이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서 총알처럼 밖으로 튀어나갔습니다. 잃어버린 물건은 전기 기타 2대였습니다. 한 달 전에 구입한 새 악기들이었습니다.

잠시 후, 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두 청년이 기타를 들고 교회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교회 청년인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좀도둑들은 훔친 후 곧바로 물건을 전당포에 팔아넘기기 때문에 다시 조를 짜서 딸라 주변에 있는 전당포들을 향해서 뛰었습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왔습니다. 한 달 전에 동사무소에서 교회 앞에 CCTV를 설치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곧바로 동사무소로 향했습니다. CCTV에는 범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었습니다. 범인들은 모두 4명이었습니다. 교회로 들어갔다가 10분 후에 기타 두 개를 들고 나와서 곧바로 지프니를 타고 도주하는 장면이 목격되었습니다.

그 녹화 테이프를 보고 있던 교회 청년 Gino와 Raven이 소리쳤습니다. 그들을 잘 안다고 했습니다. 동사무소 안에는 파견 근무 경찰 한 사람과 동사무소 자체에서 조직한 지구 경찰대가 있습니다. 지구 경찰 대원 6명이 긴급 출동을 했습니다. 집을 아는 Gino가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20분 후에 돌아왔는데 범인들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집에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이미 여러 전당포에 범인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에 연락이 오면 곧바로 출동해서 체포할 테니 교회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오후 3시 경, 범인 한 명을 체포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동사무소로 갔습니다. 그는 동사무소 영창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범행 일체를 부인했습니다. 그때 그 청년의 아버지가 도착했습니다. 영창에 갇혀 있는 아들을 본 아버지는 큰 소리로 “네가 했어, 안 했어?”라고 물었고, 아들은 “나는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믿고, 경찰을 향해서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당장 내 아들을 풀어주세요”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아들에게 수갑을 채워서 2층으로 끌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모두 CCTV 녹화 화면 앞에 섰습니다. 아들이 기타를 들고 교회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아들의 턱을 향해서 핵주먹을 날렸습니다. 아들의 입에서 피가 터졌습니다. 너무 순간적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CCTV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본 청년은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경찰은 나머지 범인들을 체포할 때까지 교회에서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오후 5시 경, 기타 두 대를 찾았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동사무소로 다시 갔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범인들은 이미 딸라를 벗어난 듯해서 체포가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 눈에 아버지가 다시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한 손으로 영창 창살을 붙잡고 바닥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아들의 입술이 터질 정도로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아버지였지만, 아들을 영창에 둔 채로 떠날 수가 없었던 아버지였습니다.

경찰이 말했습니다. 이름은 바통 파스코, 나이는 18세. 우발적인 청소년 범죄가 아니라, 갱 조직의 일원으로 검거 대상 리스트에 있던 범인들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곧바로 경찰서로 이감을 시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신고자인 제가 경찰서까지 동행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녁 7시. 경찰서에서 배정된 담당 경찰에게 다시 심문을 받았습니다. 몇몇 경찰이 지나가면서 “이 나쁜 자식아, 도둑질 할 곳이 없어서 감히 교회에 들어가서 교회 물건을 훔쳐!”하며 바통의 뒤통수를 세차게 치면서 지나갔습니다. 심문을 마치고, 바통은 다시 경찰서 영창에 갇혔습니다. 담당 경찰은 동사무소에 가서 CCTV 녹화 화면을 디스크에 담아서 증거품으로 제출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동사무소로 가서 범행 화면을 디스크로 저장해서 다시 경찰서로 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바통의 아버지를 그곳에서 다시 보았습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차비가 없어서 동사무소에서부터 경찰서까지 걸어서 왔던 것입니다. 동사무소에서처럼 아버지는 아들이 갇혀 있는 영창 앞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를 위로하고 싶어서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습니다. “아니, 당신은?” 속으로 놀랬습니다. 그 아버지는 한센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딸라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친구였습니다. 병원 선교를 갈 때마다 가끔 복도에서 나를 보면 빗자루를 들고 “목사님, 안녕하세요?”라고 했던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그도 나를 잘 알고 있었지만, 내게 “목사님, 제 아들을 용서해주세요.”라고 애원 한 마디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부족한 아들 때문에 너무 죄송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담당 경찰은 1계급 특진이라도 할 기세였습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저런 놈은 몇 년 동안 감옥에서 콩밭을 먹게 해야 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고개가 더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담당 경찰은 “내일 오전 10시까지 시청 건물 옆에 있는 검사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습니다. “내일 오전 10시는 안 됩니다. 주일예배 시간입니다. 시청은 딸라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인데 그 시간에는 도저히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검사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보겠습니다. 예배 후 오후 1시까지는 가실 수 있겠습니까?”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경찰서를 떠났습니다. 그때까지도 아버지는 아들 곁을 떠나지 않고 영창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교회로 돌아오는 길, 그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숨이 점점 막혀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차를 돌렸습니다.

경찰서에 도착해서 담당 경찰을 다시 찾아가서 "여기에서 모든 것을 멈춰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 경찰은 “목사님의 마음을 알겠지만, 저런 놈들은 절대로 풀어주면 안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때까지 영창 앞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 경찰에게 “아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저 아버지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저 아버지는 저녁도 먹지 않고 아들 곁에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 아버지는 이미 그의 아들을 용서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이미 용서한 아들을 내가 감옥에 보낼 수는 없습니다. 당장 풀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경찰은 저를 끌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오케이. 목사님 말씀대로 검찰로 넘기지 않고 풀어주겠습니다. 하지만 하루 밤이라도 영창에서 자게 해주세요. 하루라도 죄 값을 치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내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다시 오시면 그때 목사님 보는 앞에서 저 녀석을 그의 아버지에게 인계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저 녀석이 고통스런 밤을 보낼 수 있도록 목사님의 결정은 내일까지 비밀로 하겠습니다.” 영창에서의 1분은 바깥 세상의 하루와 같겠지만 그 경찰 말대로 하기로 하고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경찰서로 다시 갔습니다. 주일 오후 1시. 아버지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부모라도 이곳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제 밤에 집으로 보냈다고 했습니다. 오후 1시까지 오라고 했으니 곧 도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잠시 후에 연락이 왔습니다. 주일이지만 병원에 급한 청소 작업이 생겨서 병원으로 출근을 했고, 외출 허락이 되지 않아 자기 어머니를 대신 보낸다는 연락이었습니다. 1시간을 더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경찰서 안으로 들어오는 한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오른 손에는 노란 비밀 봉지가 들려 있었고, 왼손에는 아주 어린 여자 아이가 매달려서 오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는 벌떡 일어나서 할머니를 영접했습니다. “Nanay, 여기는 웬일이세요?” 6년 전부터 Conception 노인 구역 예배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 교인 할머니였습니다. 그 할머니 역시 한센인이셨습니다. “아이구~~ 목사님. 목사님이야말로 여기는 웬 일이세요? 저는 여기에 있는 손자에게 아침 밥을 주려고 왔어요.”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를 따라서 갔습니다. 할머니는 영창이 있는 쪽으로 가셨고, 아침 밤이 든 노란 비밀 봉지를 내밀고 흔들었습니다. 그때 영창 속에 있는 여러 죄수 가운데 한 사람이 비집고 나와서 비밀 봉지를 받았습니다. 바통이었습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할머니, 바통이 할머니의 손자였어요?” “네.” “바통, 이 분이 너의 할머니가 맞으시니?” “네.” 그때서야 할머니가 울면서 말했습니다. “이 녀석아, 교회에서 뭘 훔쳤다고 하더니, 그 교회가 우리 목사님 교회였단 말이냐?” 할머니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바통이 그렇다고 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면서 “아이구~~ 목사님. 아이구~~~ 목사님...”하면서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미 다 끝났고, 이제 집으로 가는 일만 남았으니 염려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잡은 내 손을 오랫동안 놓지 않고 계셨습니다.

그때부터 경찰서에 나올 때까지 여러 절차들 때문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범죄 기록을 위해서 바통을 벽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지문을 찍고, 각서에 사인을 하고.... 마침내 하루 만에 바통은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내 차에 모두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차 안에서 바통이 부탁을 했습니다. “목사님, 저를 풀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집이 아니라, 지금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병원으로 저를 데려다 줄 수 있으세요?” “아버지를 먼저 보고 싶니?” “네.” “그래. 아버지한데 먼저 가자. 그런데 아버지 만나기 전에 나와 한 가지 약속을 해야겠다. 할 수 있겠니?” “네. 뭐든 지요.” “오늘 네가 석방된 것은 나 때문이 아니다. 너를 너무 사랑하는 너의 아버지 때문에 네가 용서를 받은 것이다. 그러니 아버지를 만나고 나서, 시장으로 가서 맛있는 생선과 고기를 사거라.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서 큰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잘 대접하거라. 할 수 있겠니?” “네, 목사님.” 그래서 약속한 그에게 특별 음식을 준비하도록 500페소를 건네주었습니다. 바통은 돈을 쥐고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병원 도착. 그런데 아버지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할머니와 바통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병원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교회로 가는 길에 빨간 옷을 입고 뛰어오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교회에서 병원 쪽을 향해서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차를 멈추고 큰 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 너무 급히 정지하는 바람에 뒤 차들이 클락숀을 울려댔습니다. 그도 나를 보자마자 오는 차량들을 보지 않고 나를 향해서 길을 건너 달려왔습니다. 맨발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반대편 차들고 급정지를 하고 말았습니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바통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방금 전에 병원에 떨어트렸습니다.” 차량들이 참지를 못하고 클라숀을 울려댔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서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맨발로....

저 역시 차를 돌려 병원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그 가족을 한번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차를 돌려서 병원으로 향할 때 제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말했습니다.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했습니다. 단 1분 사이였는데, 제 시야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이미 없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났던 지점으로부터 병원까지는 상당한 거리였습니다. 그는 맨발로 뛰고 있었고, 나는 차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100% 병원에는 내가 먼저 도착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했을 때 제 시야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들어왔습니다. 이미 할머니, 아버지, 아들이 부둥켜 앉고 있었습니다. 주먹으로 사정없이 쳤던 못난 아들이었지만, 풀려난 아들을 단 1분이라도 더 빨리 보기 위해서 표범처럼 아들을 향해서 맨발로 뛰었던 것입니다. 그 아버지. 그는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아버지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아버지였습니다. 그 아버지의 이름은 August Pasco입니다.

다시 병원으로 온 나를 보자, 온 가족이 달려왔습니다. 우리는 다시 깊은 포옹을 했습니다. 남북 이산 가족도 아니고... 그랬습니다. 할머니도 한센인, 아버지도 한센인. 그들은 가난한 한센인 가족이었지만, 남들에게 없는 너무도 소중한 사랑과 용서가 넘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이었습니다. 언젠가 교회에서 이 가족들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하나는 바통의 아버지를 통해서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를 향한 아버지의 그 깊은 용서와 사랑을 제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들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 아들을 대신해서 자신이 죄인이 된 모습으로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 석방된 아들을 보기 위해서 맨발로 뛰어가던 그 아버지의 모습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 한센인의 가슴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비록 한센병으로 몸은 장애인이 되었지만 그 아버지의 마음은 꽃보다 더 아름답고, 태양보다 더 따뜻하고, 다이아몬드보다 더 소중했습니다. 그를 통해서 다시한번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저에게는 정말 꿈같은 이틀이었습니다.

부탁의 말씀: 그 위대한 아버지 August Pasco를 돕고 싶습니다. 병원에서 받는 한 달 월급은 한국 돈으로 2만원입니다. 할머니는 매일 소금과 후추 가루, 전통 마늘을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팔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은잔을 훔쳐서 도망쳤던 장발장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신부의 용서와 사랑을 통해서 그는 후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을 구합니다. 우리의 용서와 사랑을 통해서 아버지 어거스트와 아들 바통도 훌륭한 크리스천들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Rev. Joshua Hankap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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